꼭 이곳에 가고싶었다. 바로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
체스키 르룸로프는 체코의 작은 지방마을에 불과하지만
체코의 아름다움만 쏙 빼서 축소해놓은 듯한 깜찍한 모습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프라하에서 체스키 르룸로프에 가려면 기차 또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쑹과 나는 유레일패스도 있고해서 기차를 이용했다.
비록 체스케 부데요비체(České Budějovice)에서 기차를 한번 갈아타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_-;
위 사진이 체스케 부데요비체 철도역 대합실 모습이다.
요렇게 대합실이 소박하다.
그리고 영어가 병기되어 있지도 않고
매표소 직원도 영어를 전혀 못해서 의사소통하는데 애 좀 먹었다.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체스키크롬로프까지는 지방선을 타고 가야해서인지
안내판에 나와있는 시간과 출발예정 시간이 좀 안맞던데..
언제 기차를 타야할지 말아야할지 몰라서...어찌나 진땀을 뺐던지.. 끙
대합실 한켠엔 '나치에 의한 희생자들(Obetem nacismu)'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의 희생자들...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많이 학살됐었나 보다.
음.. 소도시라 그런지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한산하다.
이래뵈도, 체크 이호체스키 주의 주도인데...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사실 꽤나 유명한데, 유명한 이유는 바로 맥주 때문이다.
체코 전통맥주 '부드바이저'의 원산지인 동시에, 미국이 만든 버드와이저의 모태인 것.
체스케 부데요비체의 독일어 발음이 Budweis이기 때문에 '부드바이저-버드와이저'가 된 듯.
버드와이저 한 병이 팔릴 때마다 미국은 체코정부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이 도시를 조금 더 구경해보고 싶었지만,
구경할만큼의 시간적 여유는 안되어서 결국 역 주위만 살짝 맴돌다가 다시 역안으로 컴백.
샅샅히 역안을 뒤지고 다니다보니..이런 조그마한 미용실을 발견했다.
소박하구먼~
체스케 부데요비체 사람들은 미용에 각별히 신경을 쓰나봐?
역안에 이런 가게만 있는 것 보면;;
어라?? 기차가 없다!!
이거이거-몇번이나 직원이랑 확인했는데, 역시 언어가 안통해서 착오가 있었나?
휘휘 둘러보다가 철도 저 끝에 빨간색 장난감같은 레일버스(?)같은 걸 발견!
혹시나 해서 달려가서 물어봤더니..역시나 이게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 기차란다.
오마이갓! 이게 기차야? 버스라고 해도 믿겠네~
진짜 눈앞에서 기차를 보낼 뻔했다.
약 1시간을 이렇게 달려야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할 수 있다.
나무들이 노란색 옷을 입었다.
보헤미아의 이미지에 맞게 하늘은 우중충하고...
기차는 달렸다.
발음만 해봐도 낭만적인
'보헤미아의 숲'도 잠깐 차창을 통해 감상.
에곤 쉴레가 실레는 1910년 자신의 절친한 친구 '안톤 페치카'에게 이렇게 편지도 썼다지?
-보헤미아의 숲으로 가고 싶다. 그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찬찬히 바라보며, 어둑한 곳에서 입에 물을 머금고 하늘이 내려준 천연의 공기를 마시며 이끼 낀 나무를 바라본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모두 살아 있기 때문이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쬐며 푸른빛과 초록빛에 물든 계곡의 차분한 오후를 즐기고 싶다.-
그야말로 관광용이 아닌 진짜배기 농가의 모습들.
단촐하면서도 청순해보인다.
(여기가 6번째 정거장이었다)
버스 터미널과는 달리 기차역은 체스키 크룸로프 시내와 조금 떨어져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간단한 안내를 받고 떠나는 게 좋다.
초행길이라 좀 멀게 느껴졌지만
사실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다. 쉬엄쉬엄 산책삼아서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다보면
어느새 도착해있다는 거~
훗. 그런데 돌이켜보니 정말 가는 길 마저도 에뻤다.
도로 옆에 보행자를 위한 산책길도 마련돼 있다.
골짜기 사이로 블타바 강으로 에워싸인 듯한 구시가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길을 제대로 따라왔구나, 비로소 안심했다.
이 사람들도 체스키 크룸로프에 가는 길일테니... 처음부터 불안해하지말고 이 사람들 따라서 올걸;;
체스키 크룸로프 마을로 진입할 수 있다!
역에서 부데요비체 문까지, 보통걸음으로 20분정도 걸린다.
'크룸로프'는 구불구불한 길을 의미하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체스키 크룸로프는 구불구불한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마을이다.
여름엔 저 강에서 래프팅도 할 수 있다던데...
마을에 이제 들어섰을 뿐인데...저 풍경을 보고 있자니
교통이 불편함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
13세기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체스키 쿠룸로프는 199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Zamek Cesky Krumlov)으로 향했다.
체코에서 프라하성 다음으로 큰 성이기도 하고, 가파른 절벽위에 아찔하게 세워져 있어서
마을 어디 곳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13세기 전반에 영주 크룸로프에 의해 최초의 체스키 크룸로프 성이 세워졌고
14세기에 보헤미아의 대귀족 로젠베르크가의 소유가 된후 서쪽을 향해 계속 증축돼 대궁전이 되었다고 한다.
18세기에는 슈바르첸베르크가의 소유가 된후 성의 실내장식이 한층 더 화려해졌다고 하는데..
그래서 기대가 참 컸다. 예배당과 바로크 살롱, 가면무도회의 방, 갤러리...이 모든 것들을 쏵 봐주겠노라...하고 갔는데
어? 느낌이 이상하다. 접혀져있는 양산이며 굳게 닫혀있는 기념품가게며..
헉! 이게 또 뭔일이래? 매표소도 문이 닫겨있다.
이럴수가...월요일엔 문닫음이란다~~
가이드북에도 그런 얘긴 없었는데 ㅠㅠ
일요일에 유대인지구가서 허탕치고
월요일에 체스키 크룸로프가서 허탕치고... 귀신이 씌인건지. 흑흑
그래서 외관만 구경하고 오는 수밖에 없었다.
성의 탑 바로 지하 쪽, 그러니까 제1정원에서 제2정원으로 가기 직전 다리 아래에
Bear Moat가 있었다. 1707년부터 곰을 키우고 있다나?
가을이라고 해도...쌀쌀했는데, 다행히 아직 겨울잠을 안자는구나~
몇마리 더 있는것 같았는데, 한마리만 나와서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앞의 표지판의 안내가 웃긴다.
"먹이를 주지 말것"이라고 되어 있었다.
뭐야 이거...꼭 동물원 같잖아!
원래 이곳은 맹수 등을 풀어 놓아 적의 침입을 방지하는 의미가 있던 곳인데 지금은 거의 상징적인 의미만 두고 있다고 한다.
곰을 키우게 된 계기는 이렇다고 한다.
옛날 옛적 성주님이 사냥을 나갔다 곰에 쫓기어 말을 타고 도망을 왔다고 한다.
간신히 해자를 넘어 다리를 올리자 곰이 도랑에 갇히어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배 속에 있던 새끼를 낳아 키운 것이 대대손손 지금까지 370년이 흘렀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제2정원 모퉁이에 있는 저 원통형의 건물이 바로 '성의 탑'이다.
13세기 전반에 소박한 고딕양식으로 지어졌다가 르네상스 양식으로 바뀌었다고.
꼭 러시아 건물같기도 하고....
음, 저 탑 위에서 블타바강과 오렌지색 지붕의 집들을 한눈에 보고 싶었는데 ㅠㅠ
이렇게 멀리서밖에 볼 수가 없구나.
프라하 슈바르첸베르크 궁전에서 이미 맛봤던 16세기 스그라피토 기법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
보헤미아의 르네상스 양식은 정면의 박공지붕에 홈을 넣어 장식하고
벽은 스그라피토(Sgraffito, 이탈리아에서 발전한 장식기술로, 부조나 속임수 그림인 트롱프뢰유에 사용됨)기법을 가한 것이다.
벽 위에 조각상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려넣은 것이라는 거~
쑹과 나같은 관광객이 여럿 있는 듯.
저기 사진찍고 있는 아저씨도 허탈한 표정으로...성 다리 위에서 마을 풍경만 찍고 있던데 ㅋ
여하튼, 내가 볼 수 있는 체스키 크롬로프 성은 아쉽지만 이게 다였다. 표를 살 수 없어서 더 볼수 없었던 것.
에휴, 그럼 마을 시내나 구경하러 갈 수밖에...
